문학과감성

효성동 산 87번지 1

2016.11.01 16:21

효성동 산 87번지 1


효성동 산동네는 하늘과 닿아 있다.
아스팔트로 두툼하게 잘 포장된 길은
두루마리가 풀어진 형상이 되어 S자로 가파르게 솟구쳐 오르다
마침내 하늘과 하나가 된다.

장마철도 지났건만, 며칠째 쉬지 않고 비가 내린 탓에
축대가 켜켜이 쌓여 있는 이곳은 축대 사이로 빗물이 흘러내려
검은 도로는 온통 서러운 눈물바다가 된다.

인적없는 9월의 오후,
비가 그치는가 싶더니 어느새 물안개가
산봉우리와 하늘길을 감춰버린다.
햇빛은 차단되었지만, 비 그친 산동네는
방금 세수한 말간 얼굴이 되었다.

감춰진 하늘길
중구봉과 초소 사이 산등성이엔
하늘을 찌를 듯한 송전탑이 갸우뚱한 모습으로
지상의 소리를 염탐하고 있고
고압선 두툼한 전깃줄은
퇴색한 재개발조합 목간판이 걸려 있는 컨테이너를 지나,
아파트가 즐비한 아랫동네에
지금 뜨거운 피를 수혈하는 중이다.

시행사에 건물을 넘기고 이사 간 최씨네 함석 대문 우편함엔
주인 잃은 청구서만 비에 젖은 채 깃발처럼 나부끼고,
벌어진 대문 사이로 속살까지 내보이며
행인을 유혹하는 붉은 칸나는
수줍은 듯 푸른 치마로 아랫도리를 감추고 있다.

밤이 되면 별이 가장 밝게 빛나는
이 축복의 마을엔 집집이 창틈으로 새어나온 불빛이
하늘에 닿아 외계와 교신을 한다.
우주선이 된 산동네는 이제 비행할 준비를 모두 끝낸 참이어서,
물안개 서려 있는 밤하늘로 더 밝게 더 멀리 빛을 쏘아 올린다.

아직도 물기 가시지 않은 비탈길 초입엔
금방이라도 쿵 하고 쓰러질 것만 같은
육중한 전신주의 꼭대기, 독사머리 전등이
갈지자걸음으로 비탈길을 힘겹게 올라오는 취객의 앞길을
심장처럼 환히 밝혀주고 있다.




시인 노행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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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서출판 문학과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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