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감성

'시'에 해당되는 글 256건

  1. 2008.10.27 가을밤 향기<시> (4)
  2. 2008.10.16 맛있다, 바다야!<시> (1)
  3. 2008.10.06 당신의 모기 방<시>
  4. 2008.10.01 산이란<시>
  5. 2008.09.29 농부의 밭<시>
  6. 2008.09.27 창문만큼<시>

가을밤 향기<시>

2008.10.27 01:51
 

가을밤 향기


검푸른 가을밤 하늘 아래 고층 아파트가 뒷산 높이만큼 올라 있다.


그 아래에 올망졸망 빌라들과 다세대주택들이 있다.


뼈관절을 간질이는 가을밤 공기 속에 한 가장의 냄새와 한 주부의 냄새와 어린아이들의 냄새가 난다.


그 냄새는 그 옛날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보글보글 끓던 된장찌개 냄새와 김치찌개 냄새가 난다.


그 속에 잊고 지냈던 옛시간들과 추억들이 섞여 끓는다.


그 속에 어릴적 꾸었던 희망과 꿈과 열정이 끓는다.


아파트집 불빛들이 반딧불이처럼 빛난다.


그 속에서도 그들의 옛추억들이 뚝배기처럼 끓어오른다


빌라집에서도 서글픈 추억들이 보글보글 끓는다


그 뒤에서 그 뒷산에서 가을밤의 향기가 끓어오른다, 피어오른다


그 속에 산속에 들어가고 싶다


그 속에 들어가면 꼬마로 고향 꼬마로 들어갈 것 같다


돌아가신 어머니 품속으로 아버지 품속으로 들어갈 것 같다


그러면 살아온 향기를 맡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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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을의 감성이...
    도시적인 일상을 보여주면서도
    절절히 들어와 박히네요..
    잘보고갑니다^^

  2. 가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시 감상
    잘하고 갑니다. 날씨가 추우니 감기 조심하세요~~

  3. 조용히 소리내어 읽어봤습니다

  4. 가을밤 내음 좋던데요
    오픈양 누가 뒤에 따라오지도 않는데
    밥먹는 속도가 개눈 감추듯...
    먹어치웠더니 급운동이 필요해서
    줄넘기 들고 나가 동네에서 콩콩콩
    지진이 아닙니더ㅋㅋㅋ

맛있다, 바다야!<시>

2008.10.16 16:03

 

맛있다, 바다야!



맛있다, 바다야!


네가 정말 맛있다


네 몸속엔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는 거니?


고래도 있고 상어도 있고 꽁치도 있고 낙지도 있고 새우도 있고


짭짜롬한 바람도 있고


바다야! 나를 낳은 바다야,


너는 누가 낳았니


동트기 전 그물망에 건져올려진 붉은 바닷물아, 너 정말 맛있다


해질녘 낚싯대에 낚인 붉은 바다야, 너 정말 맛있다


그 바다를 먹으러 입김을 호호 불며 간다


바다야, 너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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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다야 정말 맛(멋)있다!!

당신의 모기 방<시>

2008.10.06 17:16
 

당신의 모기 방



당신의 방 안은 사계절 내내 따뜻합니다


모기는 나비처럼 당신을 찾아옵니다


그 순간 당신은 꽃이 됩니다


당신의 방 안엔 사계절 내내 모기가 살아 있습니다


모기는 당신의 피를 사계절 내내 빨아먹습니다


그러나 모기 한 마리가 죽을 때마다 당신의 감각은 살아납니다


방 천장과 벽에는 모기의 사체가 박제돼 있습니다


더불어 당신의 피도 박제돼 있습니다


모기와 당신의 호흡이 뒤섞여 방의 심장을 살립니다


방은 당신과 모기의 심장을 살립니다


당신의 방 안에선 사계절 내내 모기가 나옵니다


모기 몸 속에선 사계절 내내 당신이 나옵니다


당신의 몸 속에선 무수한 방들이, 모기의 방들이 나옵니다


어느날 그 모기 사체 속에 당신이 박제돼 있습니다


당신과 모기의 생명수는 기온이다


아주 따뜻한 기온


그 기온은 신神처럼 당신과 모기의 목숨을 좌지우지한다


그 기온은 당신의 그 방, 모기 방 안에서 나오고 당신과 모기의 몸속에서 나온다


그 기온이 오래 전에 지구에서, 태양에서 우주에서 왔는지 


당신과 모기는 정말 모른다


모기의 소리와 당신의 촉각은 방 안에서 파장을 일으킨다


바로 그곳에서 체온이 나온다


그 체온이 기온이 되고 또다시 당신과 모기를 탄생시킨다


체온의 방은 또다시 모기 방을 만들고 당신을 영원히 박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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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란<시>

2008.10.01 19:55

 

산이란


산이란 오르고 내리는 것이 아니요, 가슴속에 넣었다 내놓는 것이라오


산이란 정복하기 위해 오르는 것이 아니요, 보듬고 만끽하려 찾아가는 것이라오


우리의 마음을 전하러 가는 곳이 산이요, 산의 마음을 받으로 찾아가는 곳이 산이라오


우리의 향기를 내주기 위해 오르는 곳이 산이요, 산의 향기를 음미코자 찾아가는 곳이 산이라오


가을바람은 산속에 남은 우리의 흔적을 모으고


가을낙엽은 찬바람에 시릴 우리의 발자국들을 감싸고


그렇게 산이란 어느새 우리의 상처들을 보듬고 새빠알간 피멍이 든다오


어느날,


그 산속에 또 우리가 있다오


그리고 산은 또 우리를 부른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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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밭<시>

2008.09.29 18:28
 

농부의 밭


농부는 하늘에 밭을 일궜다.


농부는 땅에 밭을 일궜다.


농부는 아내의 몸속에 밭을 일궜다.


농부는 자식들의 가슴속에 밭을 일궜다.


땅밭에 구슬땀을 흘리면 하늘밭에 마늘이며 고추며 가지며 배추며 무우가 쑤욱쑤욱 자랐다.


농부는 햇빛에 그을린 아내의 검푸른 얼굴에 웃음꽃을 가꿨다.


망아지처럼 들판을 내달려나가는 아이들 얼굴에 꿈꽃을 가꿨다. 


어느날,


아내는 하늘밭으로 수확하러 떠났다.


아이들은 또 들판으로 달려나갔다.


농부는 그곳 들판에 땅밭과 하늘밭을 모두 보냈다.


그리고,


농부는 자신의 주검 속에

또다시 밭을 일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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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만큼<시>

2008.09.27 16:05
 

창문만큼


방 안에 가만 앉아 있으니, 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창문만큼 지나가고 지나간다


창문 만큼 햇빛이 지나고 창문만큼 그대도 지난다


방 안에 가만 앉아 있으니, 변함없이 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또 창문만큼 지난다


하늘에서 보낸 햇빛은 창문턱에 잠시 앉아 있다 간다


창문만큼 또 무엇이 지났나


바람이 지났나


흔적이 지났나


창문만큼,


왜 보이지 않았나


창밖에서


하늘의 바람이 지났고


그대의 흔적이 지났나


창밖에 노닐던 그 보이지 않던 바람들이,

어느날 뜬금없이 방 안에 다소곳 앉아 있는 그대의 늙은 얼굴에 스친다


그 늙은 바람들도 저만치 흰구름을 타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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